1. 프롤로그
2019년 마드리드 여행은 나 혼자 여행이었습니다.
6박 7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근교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일단 스페인 여행책자를 구매 후, 각 장소의 소개 글을 읽으며 가고 싶은 곳을 선정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알람브라 궁전까지 보고 오고 싶었으나 일정이 짧아서 그라나다 지방까지 가기엔 너무 벅찼습니다.
10년 전이었다면 패기로 갔겠으나 이제는 빡빡한 일정에서 움직이는 게 싫었습니다.
(스페인 땅덩이도 정말 넓습니다...)
그리하여 최대한 마드리드와 마드리드 근교의 도시를 돌아보는 것으로 정하고 플랜을 짰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이 귀찮아서 숙소도 여행코스도 마이리얼트립에서 예약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에서 보니 원데이 트립 상품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어떤 상품은 2인이 같이 예약해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계속 찾아보니 1명 예약도 가능한 상품도 있었습니다.
2. 세고비아-톨레도
세고비아와 톨레도를 하루에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예약했습니다.
이 두 곳이 마드리드 근교여행으로는 제일 대중적인 것 같았습니다.
스페인에 온 지 3일째 되던 날, 오전 8시에 집합 장소로 갔습니다.
한국인 가이드님과 여기저기서 모인 동행자들과 함께 차를 타고 목적지로 떠났습니다.
마드리드를 떠나 대략 한 시간 정도 후 세고비아에 도착했습니다.
세고비아는 고지대 마을입니다. (톨레도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8월의 날씨였지만 엄청 쌀쌀했습니다.
춥다는 얘기를 미리 듣고 챙겨간 여름용 카디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대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기도 진짜 깨끗했고요.
그리고 입구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옛날 로마시대의 수도시설이 아치모양으로 반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마치 개선문 느낌이 났습니다.
입구를 지나 세고비아 중심부로 들어가면 백설공주의 성이라고도 불리는 세고비아 성이 있습니다.
성 입구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풍경이 정말 이국적이었습니다.
광활한 평야에 드문드문 보이는 주택들.
한국과는 다른 풍경에 넋을 놓고 구경했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서 내부도 둘러보며 예전 중세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세고비아 성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다음 장소인 톨레도로 갔습니다.
톨레도는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유적이 공존하는 장소이면서 스페인의 옛 수도라고 합니다.
세고비아도 고지대였는데 톨레도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옛날,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높은 지역에 도시를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톨레도 중심부로 올라갔습니다.
12시가 지난 시간이라 정말 더웠습니다.
스페인의 여름 태양을 제대로 맛본 순간이었습니다.
그나마 습기가 없어서 견딜만했지만요.
톨레도는 세고비아와는 결이 또 다른 도시였습니다.
건물들이 더 고풍스러웠습니다.
특히 이곳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의 구역이 나눠져있기도 했습니다.
또, 침략자들이 들어올 때마다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그 위를 다시 자신들의 양식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이 하나의 통일된 느낌이 아니라 오묘한 이질감이 났습니다.
하나의 양식으로만 지어진 않고 세 개의 문화가 섞여있는 건물들이라니.. 볼 때마다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3. 쿠엥카
여행책자를 보다 보니 여러모로 호기심이 많이 생겼는데 쿠엥카를 여행하는 상품은 많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쿠엥카 당일치기 여행을 혼자 계획했습니다.
우선 숙소 마드리드 중심부에서 쿠엥카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한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마드리드->버스터미널)
버스표는 한국에서 예매해서 갔습니다. 그게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이죠.
쿠엥카는 마드리드에서 2시간~3시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세고비아, 톨레도보다는 좀 더 멀었던 느낌이 듭니다.
또, 쿠엥카 터미널에 내려서 쿠엥카 구시가지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합니다.
버스가 생각보다 자주 오지는 않더라고요.
기다림에 지쳐 혹시나 내가 잘못된 정류장에 서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 물어봤습니다.
만국공용어인 바디랭귀지로요.
쿠엥카 지도를 보여주고 '아끼?(여기의 스페인어)'라고 하니 맞다고 하셨습니다.
쿠엥카 버스 터미널 건너편 정류장에서 한 30분 정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쿠엥카에는 전쟁으로 지붕이 날아간 성당이 초입에 있었는데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폐허인데 폐허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지붕이 날아간 성당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쿠엥카의 매력이 넘치는 스폿이 나옵니다.
쿠엥카를 대표하는 절벽과 절벽 위의 집입니다.
실제로 보니 입이 안 다물어졌습니다.
건물이 절벽에 간당간당하게 매달려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창문을 열면 천길 낭떠러지가 바로 밑에 있는 거죠.
조금만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은데.. 너무 신기했습니다.
사실 쿠엥카는 절벽이 다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빼면 딱히 볼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이나 주변 동아시아에서 볼 수 없는 지형과 건축물들의 하모니가 정말 멋진 곳이기에..
내가 스페인에 온 걸 피부 깊숙이 느껴보고 싶다면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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